[사실관계]
기존 시설물 소유자(이하 ‘소유자’라 합니다.)가 기존 시설물의 추가설비공사를 발주하였고, 이를 수행한 수급인의 과실로 인해 기존 시설물에 손해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소유자는 기존 시설물을 보험목적물로 하여 가입하고 있던 패키지보험(Package Insurance)의 보험사로부터 손해액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받았습니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후 상법 제682조에 기해 피보험자인 소유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하여 수급인에 대해 손해배상금 지급을 청구하였고, 수급인은 자신이 패키지보험의 피보험자에 해당하므로 보험사가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 패키지보험의 총괄명세표(Master Schedule)]
[명세표(Mater Schedul)] 1. 보험계약자 : 포@코에너지(소유자) 2. 피보험자 : 포@코에너지, 포@코, 운영자, 관리자, 주주, 대주, 주간사, 담보채권자, 파이낸싱 참여자와 그 대리인, 자문회사, 기타 피보험자가 보험에 가입해주기로 합의한 자, 기타 피보험자로 통지된 자, 자회사, 관련회사, 계열회사, 수급인과 하수급인, 직원, 대리인, 이사, 임원, 기타 피보험자가 선정하거나 피보험자가 이 보험의 보험기간 내내 보험에 가입시켜 주기로 합의하거나 또는 그들 각각의 권리와 이익에 대하여 합의되거나 또는 보험계약의 문언에서 더욱 상세히 규정된 자들 3. 영업장소 : 인천시 ○○구 ○○동4△△-1 4. 영업명세 : 발전소 5. 보험기간 : 2013. 2. 25.-2014. 2. 25. 6. 연간 예치 보험료 I 부문 재산종합위험담보: 한화 569,902.938 미화 292,408.69 유로화 146,266.06 Ⅱ 부문 기계위험담보 재산종합위험 담보에 포함됨 Ⅲ 부문 영업휴지담보(재산손상영업휴지/기계류일실손해): 한화 484,681,600 Ⅳ 부문 배상책임위험담보: 미화 45,504.39 총 연간 예치 보험료: 한화 1,054,584,538 미화 292,408.69 유로화 146.266.06 [부표(Memorandum)] A. 일반조건 (General Conditions) - Ⅰ 부문 재산종합위험담보, Ⅱ 부문 기계위험담보, Ⅲ부문 영업휴지담보 - Ⅳ부분 (배상책임위험담보) 제외 B. I 부문과 Ⅱ 부문에 적용되는 조항들 -Multiple insured clause C. Ⅲ 부문에 적용되는 조항들 D. Ⅳ 부문에 적용되는 조항들 [1 부문 부속서(Appendix)] 1. 보험목적 기계류 고장을 포함하여 모든 종류와 명세의 부동산과 동산, 피보험자의 재산 또는 피보험자가 책임을 지거나 또는 어떤 손상사고 전에 보험에 가입할 책임을 부담하는 재산, 건설, 설치, 변경 보수, 확장, 해제, 조립의 부수되는 과정을 포함하여 보험기간 동안 피보험자가 이익을 취득할 수 있는 그러한 재산을 포함, 피보험자의 보호, 통제 하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부동산, 동산 및 보험계약에 상세히 기재된 바에 따라 운송 또는 지장 중에 제3자의 보호 또는 통제하에 있는 재산을 포함 2. 보상책임의 한도 : 보험가입금액에 이르기까지 3. 기초공제금 : 미화 1,500,000.00 - 하나의 사고당 [II 부문 부속서(Appendix)] 미화 1,500,000.00 - 가스터빈 발전기에 관한 하나의 사고당 미화 1,000,000.00 - 스팀터빈 발전기, 보일러, 변압기에 관한 하나의 사고당 미화 500,000.00 - 그 외에 다른 손상에 관한 하나의 사고당 |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① 수급인이 소유자가 가입한 패키지보험의 각 부문 피보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② 보험사가 수급인에 대해 보험자대위권 행사를 포기한다는 약정을 했는지 여부입니다.
1심 법원은
① 수급인은 소유자가 가입한 패키지보험의 각 부문 피보험자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할 수 없고,
② 보험사가 수급인에 대해 보험자대위권 행사를 포기한다는 약정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1심 법원의 판단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패키지보험은 여러 가지 보험을 하나의 상품으로 묶어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이므로, 총괄명세서에 기재된 피보험자가 패키지보험 각 부분(1부문, 2부문, 3부문, 4부문)의 피보험자로 당연히 인정되지 않는다.
② 기존 보험목적물에 대한 추가 공사 등을 할 경우, 추가 공사를 하는 자를 각 보험의 피보험자로 명기해야 한다. 이 경우 보험사는 추가 보험료를 받을 수 있다.
③ 건설공사보험과 패키지보험은 성격이 다른 보험이며, 건설공사보험에서는 도급인, 수급인, 하수급인이 동등한 피보험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하에서는 해당 판결을 상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
[1심 판결의 태도]
수급인은 소유자가 가입한 패키지보험의 피보험자에 포함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시설물의 파손으로 인한 손해를 담보하는 이 사건 패키지보험계약 중 제1, 2부문은 재산손해보험으로서 기존시설물에 대해 소유이익을 갖는 소유자만을 피보험자로 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도급계약상 수급인에 불과한 자를 이 사건 패키지보험계약에서 정한 피보험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총괄명세표의 피보험자에 수급인이 기재되어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패키지보험계약은 재산손해보험, 기계보험, 기업휴지보험, 책임보험 등 각기 성격이 다른 보험계약을 한꺼번에 체결하는 것으로, 각각의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보험계약의 내용이 정해져야 합니다. 따라서 보험계약의 간략한 개요만이 담긴 총괄명세표에 수급인이 피보험자로 기재되어 있다고 하여 곧바로 패키지보험의 피보험자가 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예외적으로 보험사와 소유자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총괄명세표에 기재된 피보험자에 이 사건 수급인도 포함된다고 합의하였다면, 수급인도 패키지보험의 피보험자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소유자는 위와 같은 의사를 표현한 사실이 없고, 보험사 또한 수급인이 피보험자에 포함될 경우 보험료를 증액하였을텐데 보험료를 증액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수급인을 패키지보험의 피보험자로 한다는 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봄이 타당합니다.
수급인은 책임보험에서 기명피보험자의 지위를 인정한 사건(대법원 2000. 9. 23. 선고 2000다33331 판결)을 원용하며 총괄명세서에 기명피보험자로 기재된 자는 피보험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재산손해보험과 책임보험의 성격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 타인에게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게 됨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를 보험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피보험이익을 넓게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산손해보험은 재산의 손실 등을 보험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재산에 대하여 갖는 소유 이익’만을 피보험이익으로 제한합니다.
또한 도급인, 수급인, 하수급인을 동등한 피보험자로 인정하고 있는 건설공사보험과 패키지보험은 똑같이 취급할 수 없습니다.
보험사가 수급인에 대해 보험자대위권 행사를 포기한다는 약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패키지보험 일반조항 제6항 6. SUBROGATION The Insured shall at the expense of the Company do and concur in doing and permit to be done all such acts and things as may be necessary or reassonably requred by the Company for the purpose of enforcing any rights and remedies, or of obtaining relief or indemnity from parties (other than those Insured under this Policy) to which the Company shall be or would become entitled or subrogated upon their paying for or making good any loss or damage under this policy whether such acts and things shall be or become necessary or required before of after the Insured's indemnification by the Company. 피보험자는 보험자의 비용으로 보험자가 이 증권에 따라 손해를 보상함으로써 취득 또는 대위하게 되는 제3자(이 보험계약상의 피보험자 제외)에 대한 권리 및 손해배상 청구권의 행사 또는 손해배상을 받는데 필요하거나 정당하게 요구되는 모든 행위 및 사항을 행하거나 이에 협조하고 이를 행하는 것을 허용한다. |
위 규정은 원고가 보험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경우 피보험자의 협조 의무에 관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피보험자는 보험자에 대해 구상권 행사에 협조할 의무를 부담하나 제3자가 피보험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협조 의무가 면제될 수 있다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띠라서 보험사의 보험자대위권을 포기하는 약정은 아닙니다.
복수의 피보험자 특약(Multiple Insured Clause) Multiple Insured Clause Insurers hereby agree to waive all rights of subrogation which they may have or acquire against any insured party except where the rights of Subrogation or recourse are acquired in consequence or otherwise following a Vitiating Act in which circumstances Insurers may enforce such rights notwithstanding the continuing or former status of the vitiating party as an insured. ‘보험자는 구상권이 무효화 행위의 결과로 또는 이에 수반하여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피보험자들에 대하여 취득하게 될 대위권을 포기하는데 동의한다(단서 생략)’ |
복수의 피보험자 특약은 그 규정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보험계약의 피보험자가 여러 명 존재할 경우에 각각의 피보험자가 다른 피보험자로 인하여 부당한 이익과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피보험자들 내지 피보험자와 보험회사 사이의 권리관계를 조율하고 있는 약정입니다. 따라서 해당 특약은 보험계약의 피보험자가 여러 명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서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 때 복수의 피보험자는 앞서 판단한 취지와 마찬가지로 총괄명세표상 피보험자의 기재와는 무관하게 실제로 피보험자가 여러 명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서만 적용된다고 보아야합니다. 즉, 복수의 피보험자가 존재하려면 총괄명세표상 피보험자의 기재와는 무관하게 실제로 피보험이익을 갖는 피보험자가 여러 명이어야 합니다.
[1심 판결의 문제점]
1심 법원은 총괄명세표에 기재된 문언의 범위를 과도하게 축소하여 해석하고 있습니다.
보험계약도 일종의 계약인 이상 계약서 문언의 의미가 명백하다면 문언 그대로 해석함이 원칙입니다. 총괄명세표에 피보험자라고 명기된 문언은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으며, ‘총괄’명세표라는 문언의 의미는 해당 보험의 모든 부속서류를 통칭한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합니다. 만약 1심 법원의 기준에 따르면 총괄명세표에 기재된 보험기간 등 다른 문언에 대해서도 각 부문별로 달리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1심 법원의 기준이 타당하다면, 보험사는 피보험자의 의미가 패키지보험의 각 부문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총괄명세서에 기재하거나 설명했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각 부문별로 피보험자가 달라진다는 점은 보험계약자이자 피보험자인 이 사건 소유자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설명의무를 보험사가 충실히 이행했다면, 보험계약자는 이러한 상황을 수급인에게 알려주었을테고, 수급인은 별도의 영업배상책임보험 등을 가입하여 자신의 위험을 분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여러모로 의문점이 많은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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